
왜 40억 원이 조선·중공업 현장에 중요한가
2026년 9월, 피지컬 AI 스타트업 리옵스가 시리즈A 1차로 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신규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고, 초기 투자사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후속 투자로 가세했다. 리옵스는 2023년 설립 이래 조선소와 중공업 현장의 비정형 제조 공정을 3D로 실측해 설계 도면과 자동 정합하는 공간 제조실행시스템(공간 MES)을 개발해 왔으며, 이번 투자금으로 자체 현장 테스트베드와 용접 자동화, 실외 자율주행 로봇(AMR) 검증에 본격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화오션 조선소 내업 공정에 구축 사업을 수주해 진행 중이며, 이번 자금 집행은 이 같은 실증 범위를 확대하는 데 집중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스타트업 자금 조달을 넘어, 전통적 제조 현장에 AI 기반 자동화를 적용하는 방식이 시험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문제는 명확하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조선소 같은 불규칙한 물리 환경에서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리옵스가 제시한 해법은 현장 조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테스트베드다. 이 접근은 공급자가 기술을 현장에 투입하기 전에 열변형, 비틀림, 실외 주행 조건을 반복 검증해 실패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구조다.
그 결과는 기술 도입 비용과 실패 비용을 낮추고, 실제 도입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의 정밀성이 첫 번째 근거다. 리옵스는 라이다(LiDAR)로 스캔한 3D 데이터를 도면과 대조해 공정 진행률과 블록 부품의 조립 상태를 자동 판정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자체 개발한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LSM: Large Spatial Model)은 선박 블록의 열변형과 비틀림을 계산해 용접 경로를 자동 생성하며, 단일 센서로 1mm 이내 오차를 목표로 한다. 40억 원의 투자금은 이 정밀성 검증과 반복 실증을 위한 설비 구축에 투입된다.
현장 적용 전 검증을 통해 실제 도입 시 발생하는 재작업·안전사고·예상치 못한 비용을 공급자 쪽에서 먼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이 구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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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베드와 3D 공간 MES가 현장에 미치는 일상적 영향
두 번째 근거는 노동과 운영의 변화다. 용접 자동화와 자율주행 지게차, AMR 등 로봇 시스템은 작업자의 일상과 작업 흐름을 바꾼다.
용접 작업에서 자동화가 늘어나면 숙련 용접공의 역할은 설계·감독·품질관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 현장 운영 담당자(익명)는 자동화 도입이 장비 유지와 운영 역량을 새롭게 요구한다고 본지에 전했다.
본지 확인 결과, 제조 업계 일반적 사례를 보면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 도입 시 내부 역량 확보를 위한 직무 전환 계획을 병행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장비 구매가 아니라 인력 재교육, 안전 규정 재정비, 노동계와의 협의가 필요한 전면적 변화다. 세 번째 근거는 시장과 정책의 상호작용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신규 리드 투자자로 나서고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초기 투자사로서 후속 투자에 참여한 이번 구도는, 민간 자본이 현장 검증 인프라를 독립적인 투자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리옵스는 연내 멀티 클로징을 통해 시리즈A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며,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국내 피지컬 AI 기술이 수출 경쟁력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테스트베드형 투자가 확산되면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기술 도입 장벽이 낮아지고, 국산 솔루션의 해외 검증 사례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상되는 반론은 분명하다.
조선소와 같은 극단적 환경에서는 어떤 테스트베드도 현실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동화가 비용을 낮춘다 해도 초기 도입 비용과 운용의 복잡성 때문에 중소 조선·중공업 현장에서는 채택이 더뎌질 수 있다.
그러나 리옵스의 접근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공급자가 실패 위험을 먼저 흡수하도록 만드는 사전 검증 구조는 도입 기업의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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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M 기반의 정밀 보정과 반복 실증을 통해 시스템 신뢰도를 높이면, 장기적으로는 초기 투자 비용 대비 총소유비용(TCO)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테스트베드의 범위와 표준화 수준에 달려 있다.
정책 과제와 기업·근로자 대응 방향
제조 현장의 자동화 전환에서 구조적으로 눈여겨볼 점은, 기술 도입의 무게중심이 알고리즘 개발에서 물리 검증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 테스트가 가능한 장비와 공간을 갖춘 기업은 기술 상용화 속도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공공 주도의 테스트베드 지원, 표준 규격 제정, 중소기업 대상 보조금과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노동정책 차원에서도 직무 전환 교육, 안전 규정 개정, 직업 재교육 기금 마련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민간 투자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현장 안전과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리옵스의 40억 원 투자 유치가 시사하는 바는 기술 상용화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데 있다. 핵심은 현장 검증 인프라가 기술 이전과 도입의 허들을 실질적으로 낮추는지 여부다.
독자는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 일터의 안전과 일자리는 이 변화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기업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며, 정부는 어떤 규제와 지원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2~3년간 조선·중공업의 자동화 채택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FAQ
Q. 리옵스의 기술이 실제 조선소에 적용되면 현장 작업자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
A. 자동화가 적용된 구역에서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이 로봇으로 대체되어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이 줄어든다. 대신 설비 운영·모니터링·품질 검증 같은 비반복적 업무의 비중이 커진다. 이는 근로자의 직무 전환 수요를 불러오며, 기업과 정부 모두 재교육과 안전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직무가 줄어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유지보수·시스템 개발·해외 서비스 등 새로운 업무 영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리옵스가 화오션 조선소 내업 공정에서 공간 MES 구축 사업을 수주해 진행 중인 만큼, 실제 현장 적용 사례가 쌓이면서 이 변화의 윤곽이 구체화될 것이다.
Q. 중소 조선·중공업 기업은 자동화 도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첫째, 자동화 장비를 단순 구매 대상이 아니라 운영 체계와 함께 도입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직원 대상 기본적인 로봇 조작과 데이터 해석 교육을 마련해 기술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공급자와의 공동 검증이나 지역 테스트베드 참여를 통해 초기 실패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는 초기 비용을 일부 증가시키지만, 장기적 생산성 향상과 불량·재작업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리옵스가 제시하는 사전 검증 구조는 중소기업이 공급자의 실증 과정에 참여하거나 테스트베드 결과를 도입 판단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참고 사례가 된다.
Q. 리옵스의 공간 MES와 LSM 기술은 기존 제조 관리 시스템과 무엇이 다른가
A. 기존 제조실행시스템(MES)은 바코드, 컨베이어 벨트, 정형화된 라인 공정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조선소처럼 불규칙한 구조물이 오가는 환경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리옵스의 공간 MES는 라이다(LiDAR)로 현장을 3D 스캔하고, 이를 설계 도면과 자동 대조해 공정 진행률과 부품 조립 상태를 인력 없이 판정한다. 자체 개발한 LSM은 선박 블록의 열변형과 비틀림을 스스로 계산해 용접 경로를 자동 생성하며, 단일 센서로 1mm 이내 오차를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정형화된 공정이 아닌 비정형 제조 환경에 특화된 것으로, 조선·중공업처럼 공정 표준화가 어려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의 2026년 9월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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