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손님 12시간 방치해 사망…법원 “업주에게 보호의무 있다” 유기치사 징역 2년

창원지법, 노래연습장 업주에게 유기치사죄 인정…“신고만 했어도 손쉽게 구호 가능”

최저기온 0.4~0.8℃ 겨울밤, 계단에서 넘어진 63세 손님 장시간 방치

법원 “주류 판매·이용계약에 따른 계약상 보호의무와 소비자기본법상 보호의무 존재”

만취 상태로 계단에서 넘어진 노래연습장 손님을 추운 겨울밤 장시간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업주에게 법원이 유기치사죄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도와주지 않아 처벌받았다”는 사건을 넘어, 영업자가 만취한 손님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법률상·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 그리고 적극적인 위해행위가 없더라도 구조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가 유기죄와 사망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2026년 9월 3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래연습장 업주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전경


■ 술 취한 63세 손님…계단 부근에 쓰러진 뒤 장시간 방치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창원시 의창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했다.


피해자 D씨는 2024년 12월 30일 오후 8시18분께 이미 술에 취한 상태로 노래연습장에 방문했다.


피해자는 한 차례 업소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고 오후 10시24분께 노래연습장 이용료와 소주 1병 구매대금으로 5만원을 결제했다.

 
이후 피해자는 노래연습장 출입문과 계단 사이 부근에서 넘어졌다.


법원은 피고인이 적어도 오후 10시51분께에는 피해자가 계단에서 넘어졌고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즉시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 “그냥 오세요”…다른 손님들에게도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설명


피해자를 발견한 것은 업주만이 아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10시51분께 노래연습장을 나가던 한 손님은 출입구 앞에서 멍한 상태로 앉아 있는 피해자를 목격했다.


다음 날 0시9분께 방문한 다른 손님들도 피해자를 발견하고 놀라 돌아가려 했지만 피고인은 **“그냥 오세요”, “괜찮습니다”**라고 말해 손님들을 안으로 들였다.


이들이 오전 1시43분께 업소를 나올 당시에도 피해자는 같은 장소에 있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설명함으로써 다른 손님들이 피해자를 단순한 만취자로 여기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제3자에 의한 구조 가능성마저 차단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이번 판결에서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단순히 피고인이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구조에 나설 가능성까지 사실상 약화시킨 정황이 유기의 고의를 인정하는 간접사실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최저기온 0.4~0.8℃…겉옷 없이 티셔츠·청바지 차림


사건이 발생한 날은 한겨울이었다.


2024년 12월 30일 최저기온은 0.8℃, 다음 날은 **0.4℃**였다.


피해자는 겉옷 없이 긴팔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고 있었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지하 공간에 장시간 머물러 있었다. 


피고인은 이후 담요를 덮어주고 온풍기를 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출동 경찰관이 당시 피해자가 담요나 이불을 덮고 있지 않아 피고인에게 담요를 덮어주도록 요청했다는 진술, 손님들이 떠난 새벽 1시43분까지도 온풍기가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진술에 따르더라도 새벽 2시께부터 약 3시간 정도 온풍기를 켰을 뿐이었다.


재판부는 이 정도 조치만으로는 피해자가 직면한 생명·신체 위험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하고 가능한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발견 후 약 12시간 만에 신고…병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한 시각은 다음 날 오전 10시32분이었다.


피해자가 계단에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부터 약 12시간이 지난 뒤였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피해자는 같은 날 오전 11시48분께 머리 부위 손상 등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단순히 술에 취해 잠든 것이 아니라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머리에 상당한 외력을 받아 경막하출혈 등 중대한 손상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 핵심 쟁점① 노래연습장 업주가 손님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었나


이번 사건에서 첫 번째 핵심 법률 쟁점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구조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었는지였다.


형법 제271조 제1항의 유기죄는 아무나 처벌하는 범죄가 아니다.


법이 정한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이 노유·질병·기타 사정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버렸을 때 성립한다.


따라서 단순히 길을 지나던 사람이 구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노래연습장 업주였고 피해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법적 연결고리가 됐다.


■ 법원 “소비자기본법상 사업자로서 보호의무 부담”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이 소비자기본법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에게 자신이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물품·용역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영업장에서 술을 구매해 마셨고, 심하게 취한 상태에서 업소 바로 앞의 지하공간에 장시간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중시했다.


또한 해당 지하 1층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노래연습장 외에 다른 업소가 없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하거나 경찰·구급대에 신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소비자기본법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 계약상 보호의무도 인정…‘주된 계약내용이 보호가 아니어도 가능’


법원은 여기에 더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노래연습장 이용 및 주류 판매 계약에서도 보호의무가 발생한다고 봤다.


유기죄에서 말하는 계약상 의무는 간호사나 보모처럼 보호 자체가 계약의 주된 내용인 경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의 생명과 신체를 배려해야 하는 부수적 보호의무도 일정한 경우 유기죄의 ‘계약상 의무’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민사상 보호의무 위반이 곧바로 형사상 유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계약의 성격, 당사자 관계, 사회·경제적 지위,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경위, 다른 구조수단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술을 판매했고 피해자가 자신의 영업장 지배영역 내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계약상 보호의무도 인정됐다.


■ TJ뉴스 법률분석① 모든 업주에게 무조건 ‘취객 보호책임’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을 **“술 취한 손님이 사고 나면 모든 업주가 형사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법원도 계약상 보호의무를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여러 특별한 사정이 겹쳤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업소에서 술을 구매했고, 피고인이 만취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또 피해자는 업소 출입문 바로 앞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못했고 외부 기온은 0℃ 안팎이었다.


신고는 전화 한 통이면 가능했으며 가족이나 지인, 경찰, 119 등 구조수단도 충분히 존재했다.


즉 위험이 구체적이고 명백했고, 구조조치는 매우 쉬웠으며, 피고인이 위험상황을 실제로 인식했다는 점이 결합된 사건이다.


■ 핵심 쟁점②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부작위’도 유기죄인가


두 번째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다른 장소에 버리거나 직접 위험한 곳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형법상 유기는 적극적으로 사람을 버리는 행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 없는 상태로 그대로 두는 부작위도 유기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피고인이 피해자를 밖으로 끌어내거나 위험지역에 옮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위험한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알고도 구조하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몰랐다”는 주장도 배척…유기의 고의 인정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다시 업소에 들어올 당시 이미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


피고인은 이 같은 상태의 피해자에게 소주 1병을 추가로 판매했고, 피해자가 밖으로 나갈 때 비틀거리자 부축까지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만취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약 12시간 동안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유기의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 핵심 쟁점③ 12시간 방치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있었나


피고인 측은 설령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입은 머리손상 때문에 사망한 것이므로 방치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이 이번 사건에서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유기치사죄는 단순한 유기죄와 달리 유기행위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법원은 유기행위가 피해자 사망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원인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기로 만들어진 위험이 그대로 또는 일부 현실화돼 사망으로 이어졌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부검의 “즉사 가능성 낮아…바로 응급실 갔다면 생존 확률 높아졌을 것”


부검 결과는 재판부 판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머리 부위 손상이었고 주요 출혈은 경막하출혈이었다.


부검의는 경막하출혈이 정맥성 출혈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잠복기가 수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머리 손상을 입은 직후 바로 사망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장시간 구조되지 않은 상황이 사망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법정에서도 부검의는 경막하출혈로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바로 응급실로 갔다면 생존 확률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 피해자는 사고 직후 살아 있었다…구조 가능성 존재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을 통해 피해자가 계단에서 넘어진 직후 곧바로 사망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목격자는 피해자가 눈을 뜨고 머리를 만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손님이 봤을 때 피해자의 자세가 달라진 점 등을 보면 사고 후 일정 시간은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으로도 판단됐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적어도 초기 단계에는 피해자가 명백히 살아 있었고 구조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봤다. 


■ “즉시 병원 갔으면 반드시 살았다고 단정 못 해도 인과관계 인정”


여기서 법원이 제시한 판단은 중요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즉시 병원에 데려갔다면 피해자가 반드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장기간 방치했고 그 결과 피해자가 치료받을 기회를 잃었으며 추운 환경 노출로 위험까지 가중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시각이나 즉시 치료했을 경우 생존 여부를 확정할 수 없더라도 상당 기간의 방치가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 이상 유기행위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TJ뉴스 법률분석② 형사사건에서 ‘100% 유일한 원인’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이번 판단은 일반인이 형사책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사망사건에서는 흔히 “피고인의 행동이 없었으면 피해자가 100% 살았다는 증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나 법원은 그렇게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유기행위가 유일한 사망원인이 아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 위험이 실제 사망결과에 기여했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최초 원인은 계단에서 넘어진 사고였지만 구조하지 않은 장시간 방치가 치료기회를 박탈하고 위험을 가중시켰다는 점이 형사책임의 핵심이 됐다.


■ 핵심 쟁점④ 사망까지 예견할 수 있었나


유기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사망이라는 결과를 적어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


법원은 이 요건도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로 계단에서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고, 외부기온이 0℃ 안팎으로 떨어졌으며 얇은 옷차림으로 장시간 방치됐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런 사람을 추운 곳에 장시간 방치하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험칙상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특히 단순히 술에 취해 잠든 것이 아니라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는 사실 역시 위험성을 더 높이는 요소로 평가됐다.


■ 징역 2년…법원 “죄책 매우 무겁다”


법정형 범위는 징역 1년6개월에서 15년이었다.


양형기준상 이번 사건은 ‘유기·학대치사’ 가운데 감경영역이 적용돼 권고형은 징역 1년6개월~3년이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이나 구급대에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다른 손님들을 상대하며 영업을 계속했고 피해자 상태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또 최저기온 0.4~0.8℃의 날씨에 얇은 옷차림의 피해자를 방치했고 피해자가 결국 사망했다는 결과도 고려했다.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았고 엄벌을 탄원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반영됐다. 


■ 다만 ‘확정적 고의’는 아니었다…초범 등은 감경 요소


반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도 함께 고려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의도하는 등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계단에서 넘어지며 발생한 머리 손상이었고 유기행위만이 유일한 직접 원인은 아니었다는 점을 참작했다.


또 뒤늦게나마 경찰에 신고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 TJ뉴스 법률분석③ ‘취객 방치’ 사건에서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이번 판결을 통해 취객이나 응급환자가 영업장 내에서 위험한 상태에 빠졌을 때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을 비교적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핵심은 단순히 ‘술에 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위험상태가 어느 정도였는지, 업주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영업자와 피해자 사이에 보호의무가 인정되는 관계가 있었는지, 119나 경찰 신고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수단이 있었는지, 그럼에도 이를 방치했는지, 그리고 방치로 인한 위험이 실제 사망이나 상해에 기여했는지가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구조조치가 전화 신고 정도로 매우 간단했는데도 이를 장시간 하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 “술에 취했으니 본인 책임” 논리만으로 면책되기 어려운 이유


피해자가 스스로 술을 마셨고 자신의 부주의로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사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것만으로 이후의 보호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피해자가 더 이상 스스로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면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는 별도의 구조책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 자신의 과실과 피고인의 유기책임이 법적으로 별개의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사고의 최초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구조 가능한 상황에서 보호의무자가 장시간 방치해 위험을 키웠다면 그 방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은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 일반 음식점·술집·숙박업소에도 시사점


이번 판결은 노래연습장 업주에게 내려진 개별 사건의 판단이다.


그러나 법리 자체는 음식점이나 술집, 숙박업소 등 소비자를 상대하는 여러 영업장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고객이 ▲의식을 잃거나 ▲심하게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거나 ▲머리를 다친 정황이 있거나 ▲극심한 추위나 더위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귀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사불성이 된 경우에는 단순히 “술이 깨면 가겠지”라고 방치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적어도 상태를 확인하고 가족·지인에게 연락하거나 경찰·119에 신고하는 등 합리적으로 가능한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 그렇다고 업주에게 의료전문가 수준 판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번 판결을 지나치게 확대해 영업자에게 의사나 응급구조사 수준의 판단능력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판결에서 요구한 조치는 복잡한 의료행위가 아니었다.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거나 피해자의 가족·지인에게 연락하는 등 일반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조치였다. 


따라서 핵심은 업주가 피해자의 질병이나 부상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명·신체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데 있다.


■ TJ뉴스 분석|“사고를 만든 사람”뿐 아니라 “구할 수 있었는데 외면한 사람”도 책임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린 것은 아니었다.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계단에서 넘어졌다.


그럼에도 유기치사죄가 인정됐다.


이유는 사고 이후의 12시간에 있다.


그 시간 동안 피해자는 살아 있었고,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었으며, 구조할 방법도 있었다.


119에 전화 한 통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전문적인 구조와 치료가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형사법은 적극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행위만 처벌하지 않는다.


특별한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역시 범죄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바로 그 경계를 보여준다.


■ 생명보호 의무가 민사책임을 넘어 형사책임으로 전환되는 순간


일상적인 계약관계에서 사업자가 고객의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이 먼저 문제된다.


그러나 위험이 생명·신체에 직접 연결되고, 사업자가 그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구조 가능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번 판결은 그 보호의무가 일정한 조건 아래 형법상 유기죄의 보호의무로까지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법적 의미는 “노래연습장 업주가 손님을 방치했다”는 사실을 넘어선다.


민사상 안전배려의무와 형사상 보호의무의 경계가 어디에서 형성되는지를 실제 사건을 통해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12시간의 방치가 만든 결과…법원이 남긴 경고


피해자는 계단에서 넘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숨진 것은 아니었다.


법원은 피해자가 사고 직후 일정 시간 생존했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다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이 사건에서 법원이 가장 무겁게 본 것은 구할 수 있었던 시간 동안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고인은 오전 10시32분이 돼서야 신고했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오전 11시48분 사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기행위가 피해자 사망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시간 방치로 인한 위험이 실제 사망이라는 결과로 현실화된 이상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사업자와 영업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손님이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최소한의 구조조치는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무를 외면한 결과가 사망으로 이어진다면 ‘방치’ 역시 중대한 형사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 이 기사는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가 2026년 9월 3일 선고한 2026고합12 유기치사 판결문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TJ뉴스가 유기죄의 보호의무, 부작위에 의한 유기, 상당인과관계, 결과 예견가능성 및 영업자의 안전배려의무가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는 기준을 별도로 분석해 독자적인 기사 구조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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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07 12:16 수정 2026.09.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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