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는 주파수와 흡수 성능을 먼저 정한 뒤 이에 적합한 소재의 조성과 두께를 역으로 찾아내는 전자파 흡수 소재 설계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재료연구원(KIMS)은 융·복합재료연구본부 이호림 박사 연구팀이 목표 주파수와 흡수 성능에 맞춰 전자파 흡수 소재의 조성과 두께를 도출하는 ‘맞춤형 전자파 흡수 소재 설계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자파 흡수 소재는 레이더와 위성통신 등에서 불필요한 전자파를 흡수해 간섭이나 반사를 줄이는 데 활용된다. 같은 소재라도 구성 성분의 비율과 두께에 따라 흡수하는 주파수가 달라지는 만큼, 기존에는 다양한 조성과 두께의 소재를 직접 제작하고 성능을 측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원하는 조건을 찾아야 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반복 실험 방식과 달리 필요한 성능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소재 조건을 역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적용했다.
핵심은 전자파 흡수 성능을 좌우하는 자기 특성과 유전 특성을 각각 조절하고, 물리적 인과관계를 반영한 예측·최적화 기술을 결합한 데 있다.
연구팀은 페라이트 내부의 코발트(Co) 함량을 조절해 전자파의 자기장에 반응하는 자기 특성을 변화시키고, 소량의 탄소나노튜브(CNT)를 첨가해 전기장에 반응하는 유전 특성을 독립적으로 제어했다.
이어 조성 변화에 따른 전자기 특성을 물리 기반 모델로 예측하고 최적 조건을 탐색하는 ‘차분진화 알고리즘(Differential Evolution)’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목표로 정한 주파수와 흡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소재 조성과 두께를 도출했다.
실제 소재 제작을 통한 검증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레이더 등에 활용되는 X-대역(8.2~12.4GHz)에서 넓은 주파수 영역을 흡수하는 조건을 찾아냈다. 위성통신 등에 활용되는 Ku-대역(12.4~18GHz)에서는 특정 주파수를 집중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조건을 도출했다.
이후 설계 결과를 토대로 실제 전자파 흡수체를 제작해 평가한 결과, 예측한 흡수 성능이 구현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한 하나의 전자파 흡수 소재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 성능 설정→필요 전자기 물성 예측→소재 조성과 두께 도출→실제 제작·검증’으로 이어지는 역설계 방식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자성·유전 소재와 구조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레이더와 위성통신 등 사용 목적과 주파수에 따라 요구되는 전자파 흡수 소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이호림 KIMS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하나의 고성능 전자파 흡수 소재 개발을 넘어, 원하는 주파수와 성능을 먼저 정한 뒤 이에 적합한 소재의 조성과 두께를 찾아가는 효율적인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축적된 전자기 물성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설계기술의 정확도와 활용성을 지속해서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MS 기본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IF 12.5)’에 지난 6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연구팀은 관련 기술의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